한국일보 / 2017.10.14 글로벌 Biz리더[원포인트 경제학] 유니클로 '1승9패' 정신에 유연한 전략 일반적으로 패션브랜드에서 청바지, 티셔츠 등 기본적인 제품(베이직 캐주얼)은 지루하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지속해서 사로잡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디 아이템’에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베이직 캐주얼은 사이즈만 다를 뿐 10대 청소년부터 60대 고령자까지 누구나 입을 수 있어 소비층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을 파고들어 베이직 캐주얼을 주 무기 삼아 전 세계 18개국, 1,100여개 매장에서 연 14조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일본 대표 글로벌 패션 유통 브랜드 유니클로다.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옷은 패션상품이 아니라 생필품이며, 고객이 진정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때만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유니클로가 패스트패션의 유행 속에서도 베이직 캐주얼을 중심에 두고 꾸준히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근간이다.이 신념은 브랜드가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거나, 목표점을 잃었을 때도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했다. 초창기 유니클로가 베이직 캐주얼 상품과 창고형 매장 인테리어를 선보였을 때 해외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던 당시 일본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지만, 야나이 회장은 자신만의 신념을 고집했다. 그 덕분에 유니클로는 잊히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인기를 누렸다.야나이 회장의 ‘1승 9패’ 정신도 유니클로의 성공비결이다. “아홉 번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해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업태, 상품, 매장을 만들어 한 번만 승리하면 된다”는 야나이 회장의 철학은 실패 이후 빠른 전략 수정을 가능하게 했다. 영국에서 21개 매장 중 16개를 철수하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팝업스토어에서 소비자 취향을 다시 읽어내는 작업으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그는 이러한 정신으로 결국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또, 낮은 가격에만 기대지 않고, 꾸준하게 소재, 가공 등 의류 생산 전 공정의 연구개발(R&D) 투자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해 온 것도 성공비결이다. 유니클로 성장의 발판이 된 후리스, 히트텍, 초경량 패딩, 데님 등의 히트 아이템 뒤에는 도레이, 카이하라와 같은 쟁쟁한 일본 소재 기업과의 협업 R&D가 큰 역할을 했다.애플에 스티브 잡스가 있다면, 유니클로에는 창업자인 야나이 회장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야나이 회장이 유니클로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유니클로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니클로의 1승 9패 정신, 그리고 그 1승을 만들어 내기 위한 지속적인 R&D 투자는 야나이 회장이 유니클로에 심어놓은 핵심 DNA라고 생각한다. 그 정신이 지속된다면, 유니클로는 지금 맞닥뜨린 도전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출처 :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710141053620404